설연휴가 시작되자마자 첫째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쿨럭쿨럭 가래낀 기침을 하기에, 여느 때와 비슷하게 감기가 시작된 거라고 생각했다. 집에 구비해둔 비상약을 먹이고 재웠지만 밤사이 갑자기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첫째는 올해로 2학년이 되는 9살, 제법 큰 이후로는 39도 넘길만큼 고열이 난 적이 없다. 아직 코로나도 걸린 적이 없다. 진행속도가 뭔가 심상치 않았다.
다음날 아침, 네이버에서 연휴동안 진료를 보는 병원을 찾아보았다. 8시 30분, 9시 오픈이니 지금가면 여유있게 접수를 할 수 있겠지?! 하고 갔지만 주차장에는 우리차와 다른차 한대만 덩그러니 있었다. 병원 건물에 들어서니 차디찬 A4용지 안내문, 휴진이다.
부랴부랴 다시 출발해서 마트건물에 있는 소아과에 찾아갔다. 아직 마트 오픈전, 어둑어둑한 건물안에 들어가니 이 병원도 휴무다. 왜 네이버의 검색결과와는 다른 것인가!!! 너무 야속하고 화가 났다. 여력이 있었다면 당장 맘카페에 가서 폭풍 공감을 얻을 글을 썼겠지.
다시 출발, 세번째 찾아간 병원은 다행히 문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오픈 전이라 문이 열리지 않아 문앞에 줄을 서있는데, 어림잡아 30명은 넘는 것 같았다. 대부분 아빠나 엄마만 줄을 서있었다. 아마도 다른 한명의 부모가 주차장 차안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혼자, 아이는 둘. 신랑은 아침부터 출근을 했다.
부랴부랴 줄을 서려는데 첫째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한다. 병원은 마트 건물 꼭대기 5층, 화장실은 두 층을 내려가야한다. 아이 둘을 데리고 두 층을 내려갔다 올라왔다. 이미 병원문은 열렸고 접수가 시작되었다. 병원입구를 통과할 때쯤 이미 오전접수가 끝이 났다. 난 점심을 넘겨 오후 2시 40분 진료접수를 할 수 있었다.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데리고 차디찬 설연휴 아침 병원투어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도 먹여야하고 해열제도 먹여야하고 무엇보다 오후에 다시 병원에 데리고 가야했다. 혼자사는 사람이든 독박육아를 하는 사람이든 이런 명절에 아프거나 병간호를 한다는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오후에 진료시간에 맞춰 병원에 갔다. 증상을 얘기했더니 코로나 병력이 있는지 묻고 자가진단키트를 했는지 묻는다. 나의 대답은 노, 노. 코로나와 독감검사를 진행하자고 한다. 한번에 두개의 결과를 다 알 수 있다. 순식간에 코를 찌르고 진료실을 나왔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다시 진료실에 불려들어갔다. A형 독감이란다. 맙소사! 첫째 옆에 서있는 둘째를 바라보며 아이들끼리는 쉽게 옮길 수 있으니 잘 격리를 하라고 하셨다. 독감약의 부작용을 걱정해서 안먹이려는 부모들도 있지만 꼭 먹이시라, 그리고 약을 먹고 혼자두지 말고 꼭 옆에서 살펴야 한다고 한다. 그말을 들으니 더 무서운 느낌이었다. 독감약 부작용을 폭풍검색했다. 역시, 검색결과는 모르는게 나을 뻔 했다.
집에 와서 첫째 아이 방을 정리했다. 겨울이라 다같이 안방에서 잤었는데, 지난번 신랑과 둘째의 코로나 감염이후로 두번째 격리실 조성이 이루어졌다. 장난감으로 어지러져있던 방을 부랴부랴 정리하고 잠자리를 폈다. 아이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각자 사용할 화장실을 지정해주었다.
24시간 마스크 착용이 시작되었다. 지난 가을, 신랑과 둘째가 코로나에 걸렸을때도 집에서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이번은 달랐다. 아이를 간호하고 자는 동안 옆에서 체온체크도 하고, 고열일때는 물수건으로 몸 닦기까지 해야하니 잠자는 시간에도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했다. 독감 환자와의 동침이라니! 오르락 내리락 고열의 굴레 속에 이틀이 지나자 아이는 차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제 둘째의 감기가 시작됐다.
그래, 첫째 독감검사 받기 전날 아이들은 같은 난방텐트에서 잠을 잤다. 둘째가 이어서 감기에 걸린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둘째도 발열과 기침이 있었지만,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으면 금방 땀을 내며 열이 내렸다. 병원에 가서 증상을 얘기하자, 초기라서 독감검사를 해도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첫째가 독감 확진이니 둘째도 독감일 확률이 높다며, 오늘 검사를 안하고 그냥 독감약을 처방받아서, 아이가 독감 증상이 있으면 먹이기로 했다.
그리고 또 반복되는 이틀이 지나, 해열제를 먹지 않고도 열이 오르지 않은 밤을 지나, 둘째도 회복이 되었다. 여기까지 쓰는 것도 꽤나 큰 에너지가 드는구나. 아직 먹어야할 약이 남았고, 아이들은 여전히 외출하지 못하고 집콕 대환장파티를 하고 있다. 그래도... 나았으니 됐다. 이제 나만 안아프면 될 일이다.
A형독감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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